신변잡기들

아침 단상

"한 천주교신자" 윤 사도 요한 2019. 3. 29. 08:56

수원역에 내려서 잠자고 있는 노숙인에게 커피를 한 잔 뽑아주었습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리고 이어서 나는 버스 시간이 남아서 한 구석에 앉아서 기대고 있는 노숙인을 보고 가서 그에게도 한 잔의 커피를 내밀었습니다.

"에이, 줄려면 돈이나 주지...!"
그는 웃으며 말합니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겠지요...!

나는 웃으며 대답합니다.

"돈이 없으니까 커피를 뽑아드린 것이지요...!"

그는 고맙다고 말하면서 마치 막걸리를 마시듯이 커피를 홀짝입니다.

"얼마전 꼬지를 한 돈을 다 털렸어. 바로 저기야, 노숙자들이 가져 갔어. 정말 애써서 꼬지를 했는데...!"
'꼬지'는 구걸을 뜻하는 노숙인들이 쓰는 은어입니다.

저는 인사를 하고 나서 그의 곁에서 성호를 그으며 자리를 떴습니다.

그리고 대합실에서 기도를 한 후 버스를 타기 전 책을 조금 보았습니다.

동녘 하늘이 발가오고 있었고 아침이었습니다.


-윤승환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