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biquitous(어디에나 있는)-제103호 2019년 5월
"몰래 판 깨는 소리(사람)"
'이게 뭔 소리람?'하고 말씀하실 분도 계실 텐데, 그것은 다름 아닌 '과감하고 발칙한 국악공연' 제목입니다. 민요의 명인과 이름난 국악단의 태평소, 꽹과리, 장구 등의 전통 악기 명인들이 전자 바이올린과 색소폰 마에스트로들과 어울려 기존 음악의 틀을 깨며 펼치는 퓨전 국악 공연으로, 안법 110주년 맞이하여 '시민과 함게 하는 시민을 위한 기년 공연"입니다. 학교와 총동문회가 감사의 마음으로 시민들에게 r기쁨을 드리고자 준비한 자리입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와 직원, 학교와 동문회와 시민, 안법과 안성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흥겨운 음악을 바탕으로 기쁨의 잔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렇게 판을 깨어 사람들에게 기쁨을 나누는 것은 우리 안법과 친합니다. 그 대표적인 분이 바로 설립자이신 공안국(Gombert Antonie) 신부님이십니다. 신부님께서 고구 프랑스를 떠나 미지의 나라인 한국으로 오실 때, 신부님은 당신과 가족, 심지어 신부님을 받아들이는 우리 한국인의 사고와 상상을 깨는 선구자였습니다. 그 한 예로, 신부님께서는 프랑스인이라는 것을 깨고 한국인이 되셨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당신을 깨고 사람이 되신 것처럼 말입니다.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많은 이가 일제와 결탁하여 개화된 일본의 신식교육에 따라 식민지 교육을 행할 때, 신부님께서는 한국어와 구국정신, 천상 시민 교육을 나누기 위해 그 모든 판을 깨고 안법학교를 세우셨습니다. 더욱이 외국 선교사들이 일제 강점기를 옹호하며, 3.1운동을 부정적으로ㅗ 바라보던 모습과는 전햐 다르게 독립운동에 참여하는 이들을 격려하고 보호하며 참된 독립의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신부님은 당시 쌀농사 중심이었던 안성에 기존의 농사법을 깨고 포도와 양잠 등 신식 농업을 전파하셨습니다. 그리고 신부님께서는 안성 사람들이 배고파 굶주르는 것을 가엾이 여겨 본국 프랑스에서 돈을 얻어 만주에서 쌀을 사다가 나눠주기도 하셨습니다. 이후, 신부님께서는 북한에 새롭게 신앙의 씨앗을 뿌리기 위하여 애쓰시다가 순교의 피를 흘리셨습니다. 이처럼 신부님께서는 세상의 방식과는 아주 다르게 판을 깨며 많은 이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셨습니다. 현실의 어려움을 넘어 새로운 세계를 향한 혁신의 삶을 살면서 사람들을 하느님이 원하는 세상으로 이끄셨습니다.
안법의 후예들은 설립자이신 공안국 신부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4.19 혁명 때에도 부정을 바로잡겠다며 안성에서부터 서울까지 걸어가며 시위를 벌였습니다. 또한, 안법의 후예들은 안성뿐만 아니라 경기도와 세계 곳곳에서도 그 이름값을 톡톡히 하며, 거침없는 활보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많은 성직자를 배출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인재를 양성하는 안성의 명문, 한반도의 명문으로 자리하면서, 그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거침없이 판을 깨어 가며 전진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 안법의 자랑입니다. 이렇게 자랑을 만들어가는 데에는 여러분의 협조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모든 어려움 속에서 판을 깨 가며 안법을 도와주셨던 여러분께 크게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안법고등학교장 최인각 신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