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들

나의 꿈-이제는 포기하였다.

"한 천주교신자" 윤 사도 요한 2019. 5. 24. 10:57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목회자가 되고자 싶었다.

그러다가 신부나 수도자가 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서강대학교의 수도자 대학원 1년 코스에 응시하였다.

예비신자로서는 중대한 결정이었다.

당시에는 서강대학교에 신학대학이 없었기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고 어쩌면 될 뻔하였다.

나중에 나이가 들자 결혼하여 성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사제나 목회자로 만들면 어떨까 하는 꿈을 꾸었다.

그러나 이제 48, 나는 그런 생각이 부질없는 짓이란 것을 느끼고 있다.

어찌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있을까...?

나도 아버지, 어머니에게 종노릇하게 한 적이 있지 않았던가...?

이제는 결혼도 포기하고 성가정도 포기하였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조용히 한적한 시골에 가서 사람들의 농사나 도우면서 조그만 본당에서 봉사하는 것이 꿈이다.

사제의 길도 포기하고 아버지의 길도 포기한 것이다.

오는 편지들, 교황청에서 보내온 편지와 그 밖의 편지들도 다 태우려고 한 적이 있었으나 아는 자매님의 만류로 그렇게 하지 않았고 적당한 시기 돌려줄 생각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시골에서 조용히 살고자 한다.

이 곳 마도는 조용한 곳이다. 그래서 이런 곳에서 지내는 시간도 소중하다.

명동에 가지 않아도 되고 성모성지도 가깝다. 그리고 교통도 그리 불편하지 않다. 그래서 이제 이 글을 쓰는 지금 마음이 편안하고 즐겁다.

내려 놓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카페나 블로그, 편지, 기사댓글을 하겠지만 그 뒤에는 나도 마음을 비우고 살려고 한다.

내려 놓는 연습, 그리고 적당한 시기에 상조회사에 부탁하여 천주교식으로 장례를 부탁하고자 한다. 물론 아직은 아니다.

하지만 영원한 고향으로의 소식을 들려오는 것 같다.

그래서 아침이면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나서 오늘도 하루를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를 드리고 있다.

얼마전까지 돌아가신 교황님과 추기경님과 사재들과 아는 성직자들과 부모님의 사진을 가지고 다녔다.

없어졌지만 필요가 없다. 언젠가는 다시 만날 테니까 말이다...!

오늘도 하루의 일과가 지나간다. 영원한 곳을 향한 여정의 한 걸음이 다시 놓여졌고 나는 지금도 그 길을 가고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그 끝에서 천국의 찬란한 영광 가운데 만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