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8주간 월요일.
아침에 누님집을 나섰습니다.
어제 누님은 친구 어머님의 상을 당하여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제 누님에게 잘 다녀오라고 말하며 한 가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누님 친구의 어머님은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래도 예정된 죽음이었던 모양이라 큰 충격은 아닌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누님의 친구는 바로 직업이 의사였던 것이며 암과 같은 질환을 검사하는 방사선과의 의사였던 것입니다.
스님이 제 머리를 깎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녀는 어머님의 죽음 앞에서 더욱 슬픈 마음이 들 수도 있었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는 아버지 요셉이 죽은 뒤에 공생활을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우리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나라의 임금이 죽은 것 같다는 슬픔이나 나라가 망한 것과 같다는 천붕의 슬픔을 당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 슬픔을 이겨낸 사람만이 진정 훌륭한 성인이요 인격자로서 거듭나는 것입니다.
한 교회의 훌륭한 목회자님이 있었습니다. 그가 어머님의 상을 당하여 고향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돌이왔다고 합니다.
그 교회 신자들은 다들 목사님을 위로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목사님은 가끔씩 슬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평소 때나 다름이 없이 입고 먹고 마시는 것이는 것입니다.
신자들이 위로하려고 하자 그 목사님은 웃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어머님은 예수님이 데려가시고 소천하신 것인데 제가 슬퍼하는 것이 지나치면 안 되는 것이잖습니까...?"
다위 성왕도 아이가 죽자 슬픔의 행동을 멈추고 먹고 입고 마셨습니다. 신하들이 묻자 그는 자신은 이제 아이 곁으로 갈 수는 있지만 아이는 다시 자신에게 올 수가 없다고 말하며 신하들에게 자신이 더 이상 슬퍼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저의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제가 겪었던 아픔을 생각하였습니다.
밥도 먹은둥 마는둥하고 저는 화장실과 담배를 피우러 가는 시간 외에는 두문불출하였습니다. 3주만에 저는 정신을 차리고 전도 계획을 세우고 차근 차근 실행하였습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입니다. 그러나 가끔씩 슬픈 기억이나 추억을 생가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그 기억이나 슬픔에 안주할 수는 없고 주저앉을 수도 없습니다.
저는 다음 주 10월 22일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의 축일을 맞이하여 그,분과 김수환 추기경님을 기억하며 쉬려고 직장에 연차를 내었습니다.
그리고 그 날은 아마 마음샘으로 가서 두 분을 기리며 새로 다가오는 한 해를 계획하고 취업을 다시 상의하기 위하여 사람들과 선생님들과 상의할 예정입니다.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고 합니다.
오늘 수원역에 한 여성 노숙인과 같이 율무차를 마시면서 그녀에게 건넨 인사말이 떠오릅니다.
"좋은 아침 되세요. 복 많이 받으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