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냐시오의 벗들 2019. 11.-예수회 후원회로부터
수도자의 일기
사랑하면 할수록
최재석 프란치스코 파올라 수사/실습기
제가 10살이었을 때 한번은 잠을 자다가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는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어찌나 놀랐던지 새벽에 잠을 깨고 나서는 얼른 부모님이 주무시고 있는 안방으로 가서 두 분을 흔들어 깨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인지 예수회 신부님들, 수사님들의 부모님들께서 돌아가시고 조문을 드리러 갈 때면, 특별히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서 언제나 아버지와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두 분 목소리를 듣곤 했습니다.
그렇게 한 지도 2년이 넘었고, 올해 어느 날에도 장례식장에서 조문을 마치고는 어머니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으시자마자 어머니께서 대뜸 아주 안쓰러운 목소리로, "아이고, 또 신부님 부모님이 돌아가셨구나." 하시는 거였습니다. 순간 제 스스로 무언가 찔렸던지, "아니 무슨 내가 누구 돌아가실 때만 전화를 드렸나요?' 하니까 어머니께서 "응, 너 항상 장례식장에서 조문 끝나고 전화하잖아." 하셨습니다. 잠시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그랬던 것 같기도 해서 얼른 전화 자주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러자 어머니께서 막 웃으시면서 그렇게라도 아들 목소리 들려주니까 고맙다고 하시는데, 한편으론 무척이나 죄송해서 마음이 좀 무거워졌습니다. 그러고는 부모님께 전화를 더 자주 드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물론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살면서 주워들은 이런저런 좋은 말씀 중에,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더 마음속 깊이 와 닿는 말씀 하나가 있습니다. 자식이 부모님의 사랑을 깊게 깨닫게 되는 때가, 군대 가서 무서운 선임들을 만나 함께 지내야할 때, 결혼을 해서 자식을 낳아 기를 때, 또 부모님께서 돌아가실 때라고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모님 사랑을 가장 깊게 깨달을 때는 자기 자식들을 남기고서 죽음을 앞둘 때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그제야 비로소, 죽음을 앞둔 순간에도 끝까지 자식을 사랑하기를 그치지 않으셨던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릴 수 있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금 저로서는 아작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이라 그 의미를 온전히 알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가슴속 깊이 와 닿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문득 우리가 하느님 사랑을 깨닫게 되는 것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을 하게 됩니다. 사랑하면 할수록 사랑받음을 깨닫게된다는 것이지요.
예수님과 사도들의 관계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로 빗대어 보자면, 사도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더 깊고 온전히 깨닫게 되었던 순간들은, 아마도 예수님이 돌아가셨을 때, 예수님처럼 자신들도 제자들을 길러낼 때, 그리고 예수님을 따라 사도 자신들이 성도들을 두고 순교를 맞이하게 될 때가 아니었을까요. 그제서야 십자가 위에서 죽기까지 자신들에 대한 사랑을 그치지 않으셨던 예수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더 깊이 깨닫게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계명을 살아 내면 살아 낼수록, 그만큼 자신들에 대한 예수님의 사랑을 더 온전히 깨닫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돌아가신 분들, 특별히 부모님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드리는 위령성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기억하고 감사드리면서, 사랑하면 할수록 비로소 내가 참으로 사랑받았고, 사랑받고 있음을 깨닫고 함께 되새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I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