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편지들

예수회 후원회로부터-이냐시오의 벗들 2020.7

"한 천주교신자" 윤 사도 요한 2020. 6. 27. 13:57

서품 소감문 1

교회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김학준 미카엘 신부

 

    수련원에 있을 때 일입니다. 당시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치고 계셨던 멕시코 예수회 신부님께서는 겨울방학 때마다 한국에 오셔서 수련자들에게 이냐시오 영성과 예수회의 역사 등에 대해 가르쳐주셨습니다. 또 저녁식사 후에 원하는 형제들은  기꺼이 면담을 해주시곤 하셨는데, 저는 신부님의 가르침이 정말 좋기도 했거니와 이분 자체에서 느껴지는 선배 예수회원의 따뜻함과 신실함이 좋아서 몇 번 면담을 청하였습니다.

     이제 막 수도생활을 시작한 어린 후배 수사의 말을 그분께서는 깊이 공감해주셨습니다. 때로는 정리되지 않은 저의 감정들, 약함, 조의 경향성, 그리고 성소에 대한 확신의 부족함 등을 주로 나누었기에 제게는 거의 고해성사와 같은 시간이었지요. 그렇게 한참을 저의 이야기를 들으신 신부님께서는 제 눈을 온화하게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당신 같은 사람이 필요합니다." "네?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고요?"

     그 뒤로도 가끔씩 제가 방향을 잃은 것 같은 두려움이 올 때마다, 그 신부님의 말씀이 떠오르곤 했습니다. 서품을 앞두고 있는 요즘에도 이상하게 그 말씀이 종종 떠오릅니다. 때로는 위로와 격려로써, 또 한편으로는 무게감있는 질문으로 다가옵니다.

'교회가 당신을 필요로 한다. 그럼 이제 당신은 그에 대한 응답을 온전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충분히 준비했는가?'

     여전히 잘 모르지만 두렵기도 하지만, 분명한건 우리 안에 살아계신 하느님의 마음을, 그 손길을 아주 조금씩이라도 알아듣게 되는 이 여정이 참 좋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게 주어진 이 길을 조금은 더 용감하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예수회 사제로서 하느님과 하느님 백성을 섬기고 사랑하는 이 여정을 기쁘게 걸어가고 싶고 또 나약하지만 청하고 싶습니다.

     사제 서품식에서 주교님의 목소리를 통해서 전해지게 될 이 말씀을 여러분과 함께 마음에 푼고자 합니다.

 

"섬김을 받으러 오신 것이 아니라 섬기로 오셨고, 길 잃은 사람을 찾아 구원하러 오신 착한 목자를 여러분은 언제나 모범으로 삼으십시오."

 

     하느님의 자비하심과 예수회의 기다려주심, 그리고 후원해주시는 여러분들의 기도와 정성으로 부족한 제가 사제품을 받게 됩니다. 계속해서 기도 부탁드립니다. 저 역시 여러분들을 위해 마음 모아 기도드립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여러분과 함게 이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교회는 여러분들을 필요로 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