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천주교신자" 윤 사도 요한 2020. 11. 6. 09:05

찬미 예수님. 오늘 수원역을 거쳐서 오는데 한 가난한 형제가 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푹숙이고 있었습니다. 저는 다가가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형제님, 왜 여기에서 그러고 계십니까...? 일어나십시오...!" 그는 허허 웃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버스 시간이 남아 있어서 가서 그에게 자판기에서 꺼낸 커피를 한 잔 건넸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마시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어서 하소연이 이어졌습니다. "좀 있다가 라면 끓여 먹으려고 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라서 간신히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의 앞에서 성호경을 바치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 말을 하였습니다. "(도움을 주고 싶어도) 안 됩니다...! 그 컵의 커피를 다 드시고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십시오...!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몇몇 있을 것입니다. 만일 제가 그에게 라면 값으로 단 돈 얼마를 건넸다면 그는 그것으로 술을 사 먹거나 아니면 쉽게 동정을 받아서 돈을 모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을 것이었습니다. 저는 다시 정류장으로 가서 고개를 숙이고 길게 기도하면서 심호흡을 하였습니다. 사람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자신의 힘에 부치는 일을 하다가 저도 손해를 본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결국 저도 적당한 선에서 그치고 주님께 맡기는 것이 옳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단중독 사목을 하는 사람들이 말을 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중독자들이 잃고 되찾기가 싫은 것이 자신감이고 사람에 대한 신뢰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1004번 버스를 타고 오면서도 기분이 썩 좋지가 않았고 피곤하여 묵주기도를 바치다가 잠시 잠이 들었습니다. 아무튼 지헤롭게 처신한다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그리 기분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도 저는 오늘 저의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나중에 그 사람을 만난다면 다른 식으로 좋게 대처할 것입니다. 주님의 평화를 빕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