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상바오로후원회 소식. 2021. 8 제238호
"열돔을 시원하게 부수는 망치를 ,,, 함께해요."
나형성(요한 세레자) 신부
'기후이상'의 징조는 이미 '이상기후'의 현실이 되었습니다. 칠원의 장마도 그저 국지적으로 짧은 시간 비를 쏟고 지나갔을 뿐, 점점 2018년의 '메가더위'가 재현되는 것만 같습니다. 팔월에 학사님들을 맞이하게 될 수원가톨릭 대학교의 건물들도 잘 데워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비밀이 아니 되겠지만, 사실 저는 대성당 지하로 종종 내려가, 냉기가 여전한 복음터(묵상실)에서 시원한 십자가의 자리를 남몰래 즐기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데워진 열이 고기압 지붕에 갇혀 발생하는 '열돔현상'에 태풍도 비켜 가는 것을 바라보며, 우리네 관계와 생활도 그저 고기압뿐이라면 그리 다르지 않겠구나 했습니다. 내 마음에 지나치게 열과 말이 많아지면, 중요한 마주침이 오다가도 도망가겠죠. 그 만남없는 경직과 마음의 화로 열불이 나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어쩌면 이 더위에 우리를 통하게 하는 것은 그저 채우고 높이는 것이 아니라, 푹 내쉬며 새로운 바람과 만남이 찾아들 수 있는 낮은 들음의 자리, 복음자리 마련이 아닐까 합니다. 그림의 여백 ,,, 글의 행간 ,,, 만남의 여운에는 수많은 쉼표가 그려내는 시간이 있습니다. 이 시간이 불러내는 공가에 우리가 잘만 머문다면, 상상력으로 하여금 망상이 아닌 정신(Geist 영)에 닿게 하고, 마음의 현실을 마주하는 용기와 화해의 현장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 마음과 관계의 열돔, 내가 지배하고자 하는 교만이라는 관성이 들음의 자리를 통해 조금씩 조금씩 영혼의 돌봄과 서로 어울림의 상태로 변화되는 것이죠.
여기엔 늘 하늘바람을 느끼고 바라는 희망이 중요합니다. 내 안에 갇힌 열기를 풀어주기를 바라시며 계속되는 주님의 바람을 놓치지 않는 것이죠. 비록 말 없어도, 계속되는 "당신의' 기도 후원이 우리에게 화원이 되어 서로를 그리스도의 향기로 이끌듯이 말입니다. 우리가 침묵에서 마음을 두드리는 한 음을 알아듣기 위해서는, 먼저 숨 쉬는 고요인 침묵을 느껴야 합니다. 또 관계라는 강에서 사랑의 물장구 소리가 마음에 물결로 닿으려면, 먼저 조용히 있어도 우리에게는 사랑이 흐르고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사람의 눈에 서로가 "눈부처"로 속해 있음을 느끼려면, 먼저 우리가 하느님 섭리 안에서 맺어진 생명임을 놀라워해야 합니다. 곧 침묵, 사랑, 말씀이 침투할 마음의 숨자리, 감사로움과 목마름의 자리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당장의 두려움보다, 하늘바람이신 말씀을 희망하는 신앙으로! 나의 영혼을 들음의 상태로 이끌어, 말씀이 우리에게 숨결을 불어 넣는 복음자리 피서를 계속했으면 합니다.
이제 저의 인사는 바람결에 놓아버리고, "오늘의 말씀"을 함께 맞이합시다. 이미 수백전 전에 라우렌시오 성인은 족음전파의 소명과 기쁨이라는 원천이란 무엇보다도 말씀을 공손히 받아들이라는 것이라며 말했습니다: "말씀은 무딘 마음을 깨부수는 망치이고, 죄악을 찌르는 칼입니다!" 오늘 내 안에 열돔이 생겨날 때마다 낮은자리 들음의 복음터에서, 시원하게 말씀의 망치를 받고, 칼의 사랑을 느껴보면 어떠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