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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연대 제 240호 2019년 9월호 2019년 9월 20일그 밖의 다른 단체로부터의 소식 2019. 9. 21. 17:26
인권연대 세상일기
가리워진 길
홍세화/ 회원 칼럼리스트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에 입학한 것이 어제 일 같은데 벌써 대학교 3학년이다. 본격적으로 취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해 취업에 대한 뚜렸한 생각이 없다 하더라도 수업 중 교수님들께서 넌지시 던지시는 취업 이야기나, 필수 교양 과목에 진로, 취업과 관련된 수업이 등록돼 있는 틈바구니에서 마냥 모른척하고 지나갈 수만은 없다.
주변 친구들은 좋다고 여겨지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취업과 같이 안정적인 직업을 떠멀리듯 결정하여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그 직업을 택한 것이 잘못된 것은아니지만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잘할 수 있는지 고민할 겨룰없이 진로를 설정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혹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갈지, 그저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을 하며 살아갈지 매번 고민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안정적인 삶을 여위하는 쪽에 마음이 기울어 있었다.
하루는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고등하교 친구들이 학교를 벗어나 자ㄱ기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배우며 자신이 생각하는 '좋아하는 일을 찾고 배우며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삶'에 대해 말하는 영상이었다. 학새들은 '나를 돌볼 수 있는 삶', '복잡한 생각이 들지 않는 평온한 삶', '목표가 있는 삶' 등을 좋은 삶이라 이야기했다. 이들은 학교 밖에서 경험하고 얻은 배움을 토대로 각자 자신만의 길을 생각해두고 그 길을 향해 나가고 있었다. 영상을 보고 난 후 이른바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왔다. 이 친구들이 말한 좋은 삶과는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심했다. 내년에는 휴학을 하기로. 예전의 나였다면 른 친구들과 같이 안정적인 직장으로의 취업을 목표로 대학생활과 자격증 학원 등에 옭매여 정신없이 달려갔겠지만, 생각이 바뀐 지금의 나는 한 해 간의 휴학을 통해 반년은 내가 번 돈으로 해외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어쩌면 현재 내가 목표하는 직장으로의 취업에는 영양가가 없을 수도 있는 경험을 하러 떠나리라 다짐한 것이다.
이런 선택을 두고 어떤 사람은 죽기 살기로 열심히 해도 모자랄 판에 속 편한 소리를 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원하는 기업에 합격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알 수 없는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것이나, 훌쩍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나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은 피차일반이라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어쩌면 여행으ㅏㄹ 통한 경험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낭갈 수도 있다.
청년실업이 10%대에 도달한 지금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다른 청년들 역시 나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故 유재하의 노래 '가리워진 길'을 가만히 불러본다. 나, 그리고 그 청년들을 응원해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들이 어떤 길을 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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