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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면사무소에서 희망근로(공공근로)를 할 때의 일이다.
1년이 다 되어서 이제 거의 끝나갈 무렵(당시만해도 일은 잘하였다)에 화장실에 가서 볼 일을 보는데 한 두툼한 지갑이 눈에 띄었다.
만원권 수십장이 아니 거의 백장이 들어 있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그 돈을 돌려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삼만원인가 오만원을 빼내었다. 수고비로 먼저 챙긴 것이다. 물론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말이다.
그 지갑의 주인은 면사무소 사물패 강의를 하던 강사의 것이었다. 그는 답례로 과일가게로 가서 복숭아 한 박스를 사서 전직원들에게 복숭아를 돌렸고 나도 맛있게 먹었다.
하지만 나는 그 뒤의 행적이 더 기억이 남는다.
어느 아침 차를 얻어타고 출근을 하던 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 경미한 사고였다. 나를 친 기사는 여자 노동자였고 그는 새차를 뽑은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런 일을 겪은 것이다.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나를 태워준 사람은 면사무소 기사였다. 그는 자신은 아무런 일이 없지만 나는 조금 뒷목이 뻐근하였다. 기사는 나에게 집으로 퇴근하여 한 일주일 동안 누워 있으라고 하며 돈 벌었다고 웃으며 말을 하였다. 나는 그러나 하루를 쉬고 물리치료를 받고 나서 다음날 출근하였다. 남들이 바보라고 하였다. 나는 단돈 30만원에 합의를 보았던가 하였다.
한번은 동부출장소에 갔다가 바닥에 만원 지폐 3장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어차피 누가 가져갈 돈이었다. 그리고 경찰서에 가기도 그랬다. 나는 다음날 안녕성당에 들려서 신부님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물어 보았다. 고백실에서 상담하던 신부님은 "하느님이 주신 것이라고 생각하고 쓰세요. 형제님이 실직하신지 오래 된 것 같으니까..."
자랑으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였을까? 당신이라면.......
-윤승환 사도 요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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