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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사회-참여연대 기관지 2022.1-2 통권 292호 중에서 여는 글
    여러 가지 편지들 2022. 1. 8. 00:21

    여는글-법인 스님.

     

    도와 술

     

     

    다기망향이라는 고사가 있다 갈림길에 많아서 양을 찾을 수가 없다는 뜻이다. [열자] <설부>에 나오는 말이다. 부국강병이 국가의 절대적 목표였던 중국 전국시대, 개인의 주체와 존엄을 주장했던 철학자 양주(BC 475~221)가 있었다.

     

    <<중  략>>

     

    "큰 길에는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었고, 학자는 방법이 많음으로 그 본성을 잃는다는 것이지. 학문이란 근본이 같이 않은 것이 아니며 근본은 하나가 어님이 없지. 끝에 가서는 차이가 이와 같구나. 오직 근본으로 돌아가면 얻는 것도 없다는 것이지"

     

    인간 사회의 문명은 시간과 함께 거듭거듭 진화한다. 진화란 곧 다양한 길을 뜻한다. 두 발로 걷고 기껏해야 말을 타고 다니던 옛 시절과 달리, 지금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문명의 다양한 생산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하룻밤 자고 나면 신기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곤 한다. 신구의 교체 시간을 하도 빨라서 '신'이라는 말이 금세 '구'가 되고 마는 세상이다. 신기술, 신제품이 대량/다량으로 쏟아져 나오고, 그 빠른 교체에 적응하기 매우 힘들다.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인식하고 인식된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괜스레 주눅이 든다. '진화'난 '다양성'이라는 갈림길에 갈수록 가지를 치고 있는 셈이다. 

     

    <<중 략>>

     

    또 생각해보자. 첨단 문명의 도구가 헤아리고 예측할 수 없는 모습을 가지고 있는데, 자칫 '갈림길'에서 '양'을 찾지 못하는 형국은 아닌지. 그렇다면 그 '양'은 우리 시대에 무엇인가? 마음의 여유와 평화,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시간, 일도 빛나고 삶도 빛나는 일상, 어느 존재도 소외와 배제가 없이 더불어 숲을 이루고 사는 삶, 이런 것들이 바로 우리가 찾아야 할 '양'이 아닌가? 그러기에 답은 분명한 것이다. 늘 해답을 단순명료하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공존의 사회이고 문화일 것이다.

     

    <<중 략>>

     

    이런 말이 있다. 마술사가 술법으로 호랑이를 만들었는데, 그 호랑이에게 마술사가 잡혀 먹혔다는 얘기다. 현대사회는 갈수록 테크놀로지라는 술법이 눈부시게 탄생한다. 그 술법에 우리 삶이 속박당하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도는 없고 술만 기세를 부리는 시대를 우리는 경계해야 한다. 도가 빛나고 술도 빛나는 길! 그 길은 도를 잃지 않는 일에서 시작한다. 도를 빛나게 하기 위해 술이 있다. 명심하고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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