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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후원회로부터-이냐시오의 벗들 2019. 8여러 가지 편지들 2019. 8. 1. 00:35
수도자의 일기
기쁨의 기억
이 마리도미나 수녀/노틀담 수녀회
우리 또래 여자들의 어릴 적 로망은 마론 인형이었다. 부유한 집 여자애들만 가지고 놀 수 있는 그것을 여섯 살이 된 나는 무척이나 갖고 싶어했다. 그래서 수시로 부모님을 졸랐던 기억이 있다. 단칸방에 사는 사는 가난한 부부, 아이가 셋이나 되는(아직 둘이 태어나기 전) 우리 부모님은 어린 딸이 그토록 갖고 싶어하는 인형을 사주지 못하셨다.
성탄을 앞둔 어느 겨울,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신 아버지께서는 나와 둘째에게 낮잠을 권하셨다. 시장에 가신 어머니를 대신해서 피곤한 몸으로 우리를 돌봐야 하셨던 것이다. 그런데 평소에 장난이 많으신 아버지는 양옆에 누운 우리에게 진지하게 말씀하셨다. "현선아, 현주야! 하느님께서 착한 어린이에게 선물을 주신다는 거 알고 있지? 너희들이 착한지 시험해 봐야겠다. 두 팔을 하늘로 뻗어라. 그리고 두 다리도 하늘로 올리고 너희들이 원하는 것을 주시라고 간절히 기도해 봐." 우리는 그 자세가 웃겨 죽겠어서 키득거리며 기도했다. "하느님 마론 인형을 선물로 주세요. 꼭이요!" 간절한 기도로 피곤했는지 우리는 금세 잠이 들었다. 우리는 너무나 기뻐 소리를 질렀다. "아빠! 우리 기도가 이루어졌어, 와~~~!"
물론 인형은 아버지께서 우리를 재운 사이 머니께서 시장에서 사 오신 거다. 하느님께서 어머니를 시켜 착한(?) 우리들에게 주신 선물이었다. 아버지는 우리가 봏아하는 모습을 매우 흡족하게 바라보셨고, 어머니도 인형 하나로 가난의 그늘을 잠시나마 벗어버린 우리를 보면서 기뻐하셨다. 인형의 효과는 그렇게 길지 못하여 우리는 아주 잠시 동안만 착한 어린이가 되었다.
이날을 명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빛바랜 낡은 흑백 사진 때문이다. 인형을 안고 온 세상을 다 얻은 양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을 담아두고 싶으셨는지 아버지께서는 주인집 오빠에게 부탁해 사진을 찍으셨다. 우리의 첫 번째 가족 사진이다. 처음 찍는 사진이 낯설어서인지 인형을 안고도 활짝 웃지 못하고, 긴장한 채 기쁨을 가리지 못한 입은 실룩거려 참으로 웃긴 모습이 담긴 사진이다. 사진 한 장이 불러오는 이야기엔 아버지의유쾌함이, 사랑이 담겨 있어 참 좋다.I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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