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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같이 온다는 뜻이다.
    나의 이야기 2017. 2. 5. 10:58

      새벽에 문득 잠이 깨었습니다. 잠이 오지를 않아서였습니다. 그런데 휴대전화의 소리가 울렸고 저는 전화를 받았지만 곧 끊어지고 말았고 그것이 막내작은아버지의 전화임을 확인한 저는 곧 바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좀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승환아...! 경아가 오늘 아침에 세상을 떠났다. 누님들에게 연락하여......." 저는 그대로 자리에 누워서 멍하니 생각에 잠겼습니다. 오랫동안 암투병을 하고 있었고 그녀의 죽음을 예견해 왔지만 저는 다시금 그녀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와는 별로 친하지도 그렇다고 서먹서먹하지도 않은 사촌누이인 경아가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그녀는 결혼을 한 지도 그리 오래 되지 않았고 암투병을 한 것은 그녀가 악화되었다는 것을 안 후였습니다. 모두가 그녀가 지금 역시 몸이 좋지 않으신 큰 숙부님보다 먼저 세상을 떠날 것을 예감하는 이야기를 하였고 홀로 남겨질 남편과 아이를 걱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저의 어머니의 제사이기도 하여 저는 화곡동에 있는 원불교 화곡교당에서 어머니의 제사를 모실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소식을 들으니 사람의 장래에 대하여 안다는 것은 모두에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고 나서 더욱 저의 슬픔이 깊어 갔습니다. 우리는 어쩐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그 단초라도 잡고서 살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을 인간이 안다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저의 아버지도 어머니도 세상을 떠났고 저의 5남매는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래 전 제가 쓴 글의 제목을 생각해 내고 다시금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 글의 제목은 "어떤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같이 온다는 뜻이다"라는 주제의 글이었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읽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말 그대로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나타났을 때 그는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그와 같이 온 것인 셈입니다. 그것을 아는 데는 분별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베네딕토 성인이 말한 수도생활과 영성의 중심이 되는 중요한 것이라고 수도자들과 신부님들은 말을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일까라고 생각을 해 본 사람들이라면 저의 이야기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일 수도 있을 것이며 베네딕토 교황님이, 베네딕토 성인의 그 기도의 단초,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란 세 가지 간단한 질문에서 기도가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아시게 될 것입니다.

     

      경아의 죽음을 대할 때 담담하던 나는 결국 성당 근처에 이르르게 되어 어느 형제(라자로라는 세례명을 가진 열심한 신자입니다)를 만났을 때 눈물을 보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나서 오늘 교중미사에는 참석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성당에 같이 가서 저는 그가 뽑아준 커피를 마시고 나서 성체조배실에 가서 성호경을 긋고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을 바치고 나서 무릎을 꿇고 나서 다시금 성호경을 긋고 나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하고 이 과정을 다섯 번 반복한 후에야 성체를 보고 눈물을 흘릴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아와 그 가족들을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묵상을 하고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성호경을 그어 가며 잠시 쉬고 성체를 응시하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슬픔을 진정할 수가 있었습니다. 

     

      이어서 조배를 이어 가다 밖으로 나와 오늘 첫미사를 주관하게 된 신부님을 만나서 그제 서품을 받은 것을 축하드리고 사정을 이야기하였습니다. 신부님은 이해를 하시고 제가 오늘의 교중미사를 아니, 주일미사를 드릴 수가 없다고 하는 말을 납득하셨던 것입니다. 저는 제가 미사 중에 혹 분심이 생겨서 미사의 분위기를 망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으며 생각하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이 결국 이 글의 제목과 이어진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저를 위한 기도를 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신부님도 저에게 그녀를 기억하며 기도하여 주시겠다고 약속을 하셨습니다. 생각컨데,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잊고 지내며 살아갑니다. 

      이 글의 주제인 제목도 사실 제가 구의동성당 근처에 이사를 와서 자주 성전에 들리다가 그 곳에 계셨던 부주임신부님께서 다른 곳으로 가셨다가 이 곳의 신자들을 기억하며 이 성당의 신자들에게 남기신 글 가운데 하나인 것입니다. 소식지에 실린 글의 제목은 이것이었고 저도 그 글을 읽으며 그 신부님을 생각하며 웃을 수가 있었습니다. 여러분들께 사람을 대할 때 어떻게 대하여야 하는가에 대하여 생각을 할 때 베네딕토 교황님이 하신 말, 아니 베네딕토 아빠스가 한 말 가운데 하나인 분별력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어떤 사람이 올 때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같이 오는 것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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